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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걸크러쉬, 슈퍼박테리아에 도전하다

작성자전체관리자  조회수20,918 등록일2021-02-25
젊은과학자_02.jpg [81.7 KB]

KRICT 젊은과학자

화학연 걸크러쉬,

슈퍼박테리아에 도전하다

송새미 감염병치료제연구센터 박사


올해 노벨화학상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한 두 명의 여성과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미생물학자이자 생화학자인 이들은 박테리아가 자신에게 침입한 바이러스 유전자를 표식으로 남겼다가

다시 돌아오면 효소 단백질로 토막을 내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요. 미생물이 화학물질로

다른 미생물을 막는 ‘항생제’와도 비슷한 원리이지요. 이 소식은 송새미 박사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올 듯합니다 .

미생물학자인 그는 화학연에 입사하며 특별한 꿈을 갖게 됐습니다. 동료 화학자들과 함께

인류를 위협하는 슈퍼박테리아의 항생제를 개발하겠다는 것입니다.

“숨지 말고 앞장서라”

송새미 박사

막힘없는 태도와 자신감이 인상적인 송 박사는 어릴 때부터 ‘걸크러쉬’ 기질이 다분했습니다. 동네아이들을 몰고 다니는 골목대장이었고 학창 시절에는 체육대회든 노래자랑이든 뒤에 숨기보다 앞장서는 스타일이었다고 하는데요.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부모님의 인생철학이 도전적인 성격의 바탕이 됐습니다. ‘새미’라는 흔하지 않은 한글이름을 갖게 된 것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이지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저 역시 호기심이 많아지고 승부욕도 커진 듯해요. 요즘 유행하는 1일 1깡이란 밈처럼 일단 무엇이든 해보고 끝까지 가봐야 직성이 풀리곤 했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였지요.”? ? ? ?

초등학생 때 접하게 된 과학 잡지와 SF소설 탐독은 고등학생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매월 집으로 날아오는 신간으로는 성이 안 차 도서관에서 오래된 책들을 빌려다 쉬는 시간마다 읽곤 했지요. 그중 특히 흥미를 자극했던 건 바이러스,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의 세계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생명과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그는 특유의 끈질긴 승부 근성으로 고되고 지루한 대학원 생활까지 이겨내고 마침내 박사모를 쓰게 됩니다.

화학연의 '큰 연구'

미생물학과 구조생물학, 분자생물학 분야의 전문가가 된 송 박사는 미국으로 건너가 연구원 생활을 하던 중 화학연의 채용 공고를 접하게 됐습니다. 화학연이 왜 미생물 연구자를 원할까 궁금하던 중에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고위험 바이러스와 슈퍼박테리아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영국 정부와 세계적인 감염병 연구소 웰컴트러스트생어가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2050년경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로 인해 전 세계 사망자가 1천만 명에 이를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시장성이 확실하지 않은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개발은 민간 제약사들에게 후순위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국민과 인류 건강의 잠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공 연구기관의 선도적인 연구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송새미 박사

“슈퍼박테리아를 연구하는 제게 화학연은 ‘큰 연구’를 할 수 있는 최상의 일터입니다. 프로젝트의 규모와 지속가능성이 학교에서 접했던 과제들보다 훨씬 크지요. 저와 함께 공부했던 동료들이 더 부러워하는 건 세계적인 수준의 화학자들과 연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생물 전문가가 슈퍼박테리아의 내성 기전과 타깃 단백질의 구조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화학자가 실제 치료제 물질을 합성하는 환상적인 융합연구가 가능하니까요.”

행복=자기주도성

송새미 박사

화학연 유일의 박테리아 전문가인 송새미 박사는 “현재 항생제 분야에서는 30년 이상 새로운 신약이 안 나오고 있다”면서 “화학연이 그 기록을 깰 때 제 이름도 당당히 함께 올리는 게 연구자로서의 가장 큰 목표”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그는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삶의 균형 역시 잘 가꿔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과학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 누구도 몰랐던 것을 내가 한번 밝혀내고 싶다는 욕심이 큰 사람에게 정말 매력적인 학문이에요. 하지만 호기심 이상으로 필요한 적성이 또 있습니다. 매일매일 똑같은 실험, 무료한 일상, 그럼에도 원하는 결과는 잘 나오지 않는 실패의 연속을 견뎌내는 힘을 길러야 해요.”

송새미 박사는 그 힘이 꾸준한 ‘멘탈 관리’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는 “바깥에서 힘을 얻는 저의 경우라면 신나는 뮤직 페스티벌이나 활동적인 스포츠로, 내부에서 힘을 충전하는 이라면 조용한 휴식으로 각자만의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곧 ‘자신을 잃지 않는 것’과도 동의어라는 게 송 박사의 부연설명인데요. 자기주도적인 목표와 노력으로 일과 삶 모두에서 성공을 거머쥐고자 하는 그의 당당한 욕심이 화학연 연구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더 큰 에너지와 영감의 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