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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기술패권 경쟁의 승부처, 반도체·디스플레이

작성자  조회수316 등록일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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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스페셜2

 

기술패권 경쟁의 승부처

반도체·디스플레이

 

대한민국 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인 ‘반도체·디스플레이’는 21세기 세계 기술패권 경쟁의 최대 승부처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첨단로봇·차세대통신·양자 등의 미래 첨단산업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선점해야 할 교두보일 뿐만 아니라 외교와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디스플레이 패권을 둘러싼 다툼은 기업 대 기업에서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빠르게 확전되고 있습니다.

 

 

초미세·고집적화의 열쇠 ‘ALD 전구체’

화학연은 최근 정부의 12대 국가전략기술 정책에 발맞춰 ‘국가전략기술추진단’을 신설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12대 국가전략기술의 핵심연구 중 상당수가 화학연에서 이뤄져 온 만큼 한층 가시적인 성과를 적기에 만들어내는 데 역량을 총결집하기 위한 조처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화학연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자 공정기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입의존도가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들의 주권 확보입니다.

대표적인 소재가 바로 화학연이 국내 유일의 연구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전구체’입니다. 전구체(前驅體, Precursor)는 반도체 기술 발전의 척도인 ‘집적도 향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핵심물질입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높아지면 부피가 작아져도 표면적은 더 넓어져 더 큰 전력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보다 적게 재료를 사용해 전자기기의 소형화·경량화에 유리하고 치밀한 보호막이 형성되어 내구성도 높아지게 됩니다.

화학연에서는 이러한 박막화를 이용해 차세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 및 소자 개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간 개발한 전구체 소재의 반도체 공정 최적화를 위한 후속 연구와 함께 몰리브덴, 텅스텐, 스트론튬 등 기존에 없던 속성의 신개념 금속 전구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p형 반도체 박막 중 최고 수준의 이동도를 자랑하는 주석 전구체, n형 반도체 박막 중 최고 수준의 이동도를 달성한 인듐 전구체 등은 정부가 주도하는 산학연 융합 소재혁신선도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초고 해상도·초고유연 디스플레이용 전구체로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게임체인저 ‘유기 반도체’

화학연은 2000년대 중반부터 향후 더욱 저렴하고 효율이 우수한 신소재가 반도체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바로 ‘유기 반도체’( Organic semiconductor)입니다. 가벼운 무게와 휘어지는 특성을 가진 유기 반도체를 이용하면 한층 다양한 형태의 전자소자와 첨단기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화학연의 유기 반도체 연구가 세계적인 경향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우수한 성능의 원천 소재 개발과 더불어 유기 반도체 상용화의 열쇠가 될 양산 기술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기 반도체는 무기 반도체와 달리 기판 위에 잉크처럼 바르는 저온·저비용의 용액 공정이 가능합니다. 이는 가볍고 유연한 유기 전자소자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특성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간단한 제조공정으로 에너지 사용과 생산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유기 반도체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면적화 기술이 필요합니다.

원천 소재 연구와 대량 생산기술 개발의 유기적인 연계는 화학연이 세계적인 미개척지인 유기 반도체 분야에서 계속해서 높은 주목도의 연구 성과들을 배출하는 중요한 동력이 됐습니다. 고분자 도너 소재 대면적화 기술, 대량생산에 유리한 신규 대면적용 도너 소재 개발, 계면제어 소재와 대면적 인쇄 기술 개발, 저가 억셉터 소재 개발, 근적외선 흡수 광활성 소재 개발 등 계속해서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연구 성과들을 배출하게 됐습니다.

화학연의 유기 반도체 연구개발은 현재 세계 최초의 고성능 신규 단량체 개발, 유기태양전지의 제조비용을 20분의 1로 낮출 수 있는 비풀러렌계 억셉터 소재 개발, 3D 시뮬레이션 기법을 이용한 실버 전극 기반 고효율 투명태양전지 개발 등으로 진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또한 2023년 다시 한 번 17% 이상의 효율을 가진 투명 유기태양전지 개발에도 성공하며 원천 소재와 대량생산 기술 모두에서 국제적인 리더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중입니다.

 

 

‘저차원 나노복합소재’와 전자소자 혁신

▲ 유기태양전지

현재 세계의 연구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소재들 중 하나는 뛰어난 전기적, 기계적, 열적, 광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저차원 나노소재’입니다. 풀러렌(0D), 탄소나노튜브(1D), 그래핀(2D), 그라파이트(3D) 등의 저차원 나노소재는 얇은 두께에서 비롯되는 우수한 물리적 유연성과 더불어 강한 층내결합으로 뛰어난 물리적 강인함을 가집니다. 또한 물질별로 각기 다른 전기적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기존의 벌크형 소재로는 구현할 수 없었던 고유연성, 초소형, 저전력 특성의 차세대 IoT 기기에 아주 적합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우수한 물성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추출과 특성 제어가 힘들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화학연은 ‘저차원 소재’와 ‘소자화 기술’의 양대 핵심 연구역량을 기반으로 저차원 소재와 저차원 소재, 저차원 소재와 고분자 소재 등의 융합을 통해 각각 원래의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성을 갖게 되는 나노복합소재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저차원 나노복합소재의 고도화를 위해 그래핀, 탄소나노튜브를 비롯해 그래핀과 같은 2차원 구조의 육방질화붕소, 반도체와 금속의 두 가지 상을 가진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 금속성의 표면 작용기로 우수한 전도성과 기계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맥신(MXene) 등 다양한 2차원 신소재들의 합성과 기능화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잠재력의 하이브리드 복합 소재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저차원 나노복합소재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대비해 대면적으로 합성하는 기술 개발에 더욱 주력하고 있습니다.

 

소부장 국산화 첨병 ‘불소’

2019년 발생한 일본 수출규제 사태는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불소’ 소재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분수령이 됐습니다. 한·일 양국의 외교 관계 정상화에 따라 핵심소재 수급의 어려움은 대부분 해소되었지만 국내 산업 생태계의 취약 지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화학연은 지난 30여 년간 큰 문제의식 없이 수입에 의지했던 불소계 소재와 공정 기술 국산화의 길을 앞장서 헤쳐 오며 국내 유일의 전문 연구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불소계 계면기능재료 중 불소계 단량체와 고분자·고무·오일·윤활유와 불소계 기능성 소재 및 중간체 등의 제조기술과 공정 개발에서 많은 성과를 쌓으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될 만큼 묵직한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화학연 연구팀은 2019년 불소화학소재공정 국가연구실(N-LAB) 지정과 함께 현재 100대 핵심품목 중 7개에 이르는 불소계 소재의 상용화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장의 범용 소재군 개발을 넘어 소량 생산만으로도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첨단 기술집약형 불소계 소재의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kg당 가격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비휘발성 반도체 메모리용 불소소재, 연료전지 이온교환막, 우주항공용 불소고무, 친환경·생체적합형 소재 등의 기술집약형 불소계 계면기능재료들입니다.

 

첨단 고분자 ‘폴리이미드’

고분자, 이른바 플라스틱은 놀라운 가성비, 빈틈없는 내구성, 거의 모든 사물에 응용 가능한 확장성으로 현대문명의 중요한 물적 기반이 되어 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폴리이미드(PI, polyimide)는 영하 273℃에서 영상 400℃까지 광범위한 온도 영역에서도 물성이 변하지 않으며 강도, 유연성,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하는 자기소화성 등 첨단 플라스틱의 끝판왕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기능성을 자랑하며 21세기 첨단산업 전반을 주도하는 필수 구조재료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대부분은 폴리이미드와 구리를 결합해 만드는 유연인쇄회뢰기판(FPCB, flexible printed circuit board)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또한 표면이 딱딱하면서도 수십만 번을 접었다 펴도 흠집이 나지 않는 폴더블폰의 비결 역시 액정 위의 투명필름인 불화 폴리이미드에 숨어 있습니다. 특히 불소로 폴리이미드 고유의 갈색을 제거해 무색투명하게 만든 불화 폴리이미드는 차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구현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소재입니다.

2019년 국가연구실(N-LAB)로 지정된 화학연 정보·전자폴리머 국가연구실은 빠르게 관련 기술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2020년 개발한 트랜지스터용 유연·절연 소재가 대표적입니다. 디스플레이를 자유자재로 구부리거나 접으려면 디스플레이 패널 전면에 적용되는 트랜지스터용 절연체에 유연한 소재를 써야 합니다. 2021년에는 고내열 포토레지스트 전체 조성물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내에 생산기술을 가진 기업이 없어 전량 수입하고 있던 반도체 후공정용 고내열·감광성 폴리이미드 소재와 미세패턴화 공정 기술을 개발해 국내 기업에 이전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고내열·고강도 고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산업의 확대에 따른 급격한 시장 증가로 미래가 더 기대되는 첨단 신소재이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화학연의 고기능 폴리이미드 연구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용 고내열 소재, 유기박막트랜지스터용 절연막, 유연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 기판, 유전특성 및 열특성 제어소재, 고안정성 배터리용 바인더 및 분리막 소재, 물을 용매로 사용하는 친환경 폴리이미드 중합 기술, 3D 프린팅용 폴리이미드 기술, 형상기억과 자기치유 등의 특성을 가진 스마트 고분자, 5G통신용 폴리이미드 소재 등 세계시장을 선도할 첨단 미래 소재 분야로 무한 확장되고 있습니다.

 

 

자가발전 전원 ‘열전소재’

 

유연열전소자

스마트 디바이스와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의 자가발전 전원으로 이용될 수 있는 열전소재 역시 화학연의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화학연이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람의 체온’을 이용한 열전소재입니다. 평균 36.2~37.5℃인 체온과 외기의 온도 차이를 이용하면 최대 700W까지 전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 작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5W 미만임을 감안하면 사람의 체온을 이용하는 열전소재로 얼마나 많은 웨어러블 기기의 전력을 충당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화학연 유기 열전소자 연구개발의 핵심 목표는 ‘고효율 열전소자’, ‘자유로운 형상 구현’ 그리고 상용화에 필수적인 ‘대면적화’를 위한 원천기술 확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유기 고분자 소재와 카본나노튜브를 복합화한 하이브리드 열전소재는 20℃ 미만의 온도 차이에서 0.1mW 이상의 우수한 열변환 출력량을 나타내며 그해 KRICT 혁신기술로 선정됐습니다. 2019년에는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의 표지를 장식한 ‘스펀지형 유연 열전소재 탄소나노튜브 폼’을 개발했습니다. 이 열전소재는 낮은 열전도도와 함께 스펀지처럼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어 열원의 형태와 상관없이 신체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비롯해 경량화가 요구되는 자동차, 우주항공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이어 2020년에는 또 다시 새로운 유기열전소재 개발에 성공하며 국제적으로 큰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강력한 유기열전소재 후보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던 고분자 ‘폴리티오펜’의 열전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것입니다.화학연은 현재 열원의 형태에 따라 신축과 변형이 자유로운 열전소재 원천기술과 인쇄공정 기반의 고집적화 및 수직형태 열전소자 제작 기술을 기반으로 고인성·고효율의 대면적 유연열전모듈 제조기술을 개발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 발 앞선 예측을 바탕으로 미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혁신기술 창출에 힘써온 화학연의 연구개발 노력이 세계 기술패권 경쟁에서 분투 중인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새로운 초격차 전략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